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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랑콧의 아침

@Starless

네팔 포카라 인근의 사랑콧(Sarangkot)은 일출로 알려진 곳이다.

 

미니 트레킹 또는 차량으로 올라가면, 하늘에 떠 있는 안나푸르나와 마차푸차레 사이로 해를 볼 수 있다. 그 풍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접근이 편리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했다.

 

포카라에서의 둘째 날, 카트만두에서 알게 돼 동행이 된 분들과 새벽 사랑콧에 올랐다. 전날 약속한 택시기사를 만나 4시경 출발하니, 캄캄한 언덕 위에 도착했을 때 멀리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장면을 실제로 보는데, 머리속으로 상상하던 규모가 아니라, 말문이 막혀버렸다.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제프 버클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앉아 있던 누군가의 흥얼거림이었을 수도, 가게에서 틀어놓은 라디오 소리였을 수도 있겠다. 그저 들려오는 "할렐루야, 할렐루야..." 노랫소리에 맑은 눈물 한 방울 떨구며, 필름보다 눈에 이미지를 남기고, 그저 이 순간 이곳에 있음에 감사했다.

 

가끔씩 셔터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든 한 장을 더 남기려기보다, 그 순간을 좀 더 느끼고, 눈 속에, 마음 속에 새겨넣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순간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진보다 더 오래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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