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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양곤의 밤

@Starless

늦은 밤 양곤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카트만두보다는 크고, 마닐라보다는 작은 규모의 국제공항. 사전에 비자를 준비해야 한다던 정보와 달리 공항에서는 도착비자를 허용하고 있었다. 허탈해하면서 짐을 찾았다(급행비자를 받느라 상당한 추가 비용을 냈었다.)

 

택시 바가지가 심하니 흥정하지 말고 공항택시를 이용하라, 유심은 MPT다, 환전은 공항에서, 혼잣말로 되뇌며 입국장 게이트를 걸어나갔다. 택시?라고 물어보는 살집 좋은 기사를 미소로 물리치고 환전샵으로 걸어갔다. 1달러에 1,520짯. 적당한 환율일까 생각하며 유심스토어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닫았어. 그래? 그럼 택시데스크는? 닫았어. 그렇군. 옆에서 웃고 있는 살집 좋은 기사를 애써 외면하고 공항 안을 헤매봤지만 열린 곳은 없었다.

 

한숨을 쉬고, 결국 그에게로 돌아갔다(다행히 ‘그것봐’라는 표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시내로 가고 싶은데, 얼마에 데려다 줄래? 텐싸우전. 쿨하게 대답하는 기사와 악수를 하고 그의 택시로 함께 걸어갔다. 1만짯은 공항택시 요금과 같았다.

 

미얀마는 처음?
응. 처음이야.
덥지?
생각보다 괜찮은데? 난 훨씬 더울 줄 알았어.
여름이 끝났거든.

 

거리가 무척 깨끗하네.
그래?
난 필리핀에 오래 있었고 캄보디아와 네팔에도 가봤는데, 그곳들은 이렇게 깨끗하지 않았어. 그리고 조용하네.
그래?
저 신호등은 신기하다. 적색 신호등이 남은 시간을 보여주네.
일본식이래.

 

시내에 들어온 것일까 생각이 들때 쯤, 조명을 쏘아올려 화려하게 빛나는 거대한 불탑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슈웨다곤이야?
맞아.

슈웨다곤은 생각했던 이미지 보다 더 거대하고 더 압도적이었다. 왜 슈웨다곤만으로 충분하다고들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40분 쯤 달려 도착한 호스텔의 입구는 철창살로 굳게 닫혀있었다. 좀 늦을 것 같아, 메일을 보내놨었는데, 설마, 걱정스레 틈으로 들여다보자 안쪽에서 직원이 걸어나왔다. 적당히 깨끗한 실내. 적당히 더운 공기가 차 있는 공간. 한쪽에는 바가 자리하고 진열장에는 과일들과 몇 종류의 병이 놓여있었다. 조도가 낮은 불빛으로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환영해. 괜찮은 여행이었어?
응. 괜찮았어.
네 방은 3층이야. 계단이 좁으니 조심해서 올라와. 와이파이 번호는 여기 적혀있어. 샤워실은 저기. 아침식사는 7시부터. 필요한게 있으면 1층에 내려와서 벨을 울리면 돼. 그럼. 잘 자.

 

침대 하나로 꽉 차는, 선풍기, 콘센트가 하나씩 있는 작은 방이었다. 베개와 시트에서는 좋은 냄새가 났다. 어쨌든 무사히 왔네. 내일은 긴 하루가 되겠지. 여행의 첫 날은 특히 그러니까. 

 

시계는 12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낮은 천장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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