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2)
돌아오지 않는 날들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하나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 이웃의 토토로일 수도, 모노노케 히메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일 수도 있을텐데, 단순히 좋아하는 걸 떠나서 그 작품을 언제 봤는지, 거기 얽힌 사연은 무엇인지, 왜 그 작품을 좋아하는지, 몇 번이나 봤는지, 이야기를 한보따리 쯤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붉은돼지가 그런 작품이다. 시리도록 푸른 아드리아해, 노을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선, 파시즘에 맞서 산화해간 젊은이들, 돌아오지 못할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 젊은 아가씨의 연정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중년, 서로 총질을 하고 주먹다짐을 하다가도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순해지는 사내들이 나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붉은돼지 말이다. 내가 남자 어른이라는..
일상이라는 상처 일상은 지루하다. 그래서, 이벤트 없는 일상을 일일이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패터슨(PATERSON)'을 보고난 후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어느 순간 이게 영화 속 어느 날이었는지 지난달 나의 하루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도, 그게 주인공이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던 풍경이었는지 어제 내가 본 차창 밖 풍경이었는지 알 수 없어져버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영화는 일주일을 - 아침으로부터 밤까지 - 그저 보여주는 식이다. 월요일, 화요일, ... 시간은 흐르고 카메라는 기계적으로 정면, 혹은 측면에서 주인공을 관조한다. 주인공은 매일 침대에서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고, 와이프에게 애정표현을 하(거나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리얼을 먹고, 출근하고, 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