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룡이네 이모님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시절의 우리는 술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술이 마시고 싶었는지, 일주일에 칠일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 당시 우리는 돈이 늘 부족했다. 요즘처럼 대학생이라고 집에서 넉넉한 용돈을 주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집회 현장과 학교, 그리고 술집에서 쓰기에도 우리의 시간은 늘 부족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란 꿈같은 얘기였다. 생각해보면, 정말 오가는 데 필요한 차비 외에는 가지고 다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희생양은 언제나 선배들이었다. 우리는 강의가 끝날 무렵 정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선배들에게 "선배님, 술 사주세요." "술 마시고 싶어요." 외치기 일쑤였고, 선배들은 처음 얼마간 흔쾌한 표정으로 술을 사주곤 했었다. ..
돌아오지 않는 날들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하나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 이웃의 토토로일 수도, 모노노케 히메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일 수도 있을텐데, 단순히 좋아하는 걸 떠나서 그 작품을 언제 봤는지, 거기 얽힌 사연은 무엇인지, 왜 그 작품을 좋아하는지, 몇 번이나 봤는지, 이야기를 한보따리 쯤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붉은돼지가 그런 작품이다. 시리도록 푸른 아드리아해, 노을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선, 파시즘에 맞서 산화해간 젊은이들, 돌아오지 못할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 젊은 아가씨의 연정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중년, 서로 총질을 하고 주먹다짐을 하다가도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순해지는 사내들이 나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붉은돼지 말이다. 내가 남자 어른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