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상처
일상은 지루하다. 그래서, 이벤트 없는 일상을 일일이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 '패터슨(PATERSON)'을 보고난 후 장면들이 하나하나 떠오르지 않는 것도, 어느 순간 이게 영화 속 어느 날이었는지 지난달 나의 하루였는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도, 그게 주인공이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던 풍경이었는지 어제 내가 본 차창 밖 풍경이었는지 알 수 없어져버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영화는 일주일을 - 아침으로부터 밤까지 - 그저 보여주는 식이다. 월요일, 화요일, ... 시간은 흐르고 카메라는 기계적으로 정면, 혹은 측면에서 주인공을 관조한다. 주인공은 매일 침대에서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하고, 와이프에게 애정표현을 하(거나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리얼을 먹고, 출근하고, 차에..